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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

"전국에 단 7명뿐"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는 직업의 정체는?

by sajupal 2021. 9. 26.

미국 드라마 중 <CSI>라는 드라마가 유명해지면서 '과학수사'라는 단어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었는데요. 과학수사의 기법에는 DNA 검사와 더불어 법치의학이 있습니다. 발견한 변사체의 치아의 모양과 상태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거나 시신에 남은 치아의 흔적을 통해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인데요. 오늘은 이 법치의학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생소한 법치의학

법치의학은 고인을 대상으로 신원을 밝혀내는 데에 있어 DNA 검사와 더불어 가장 주요한 비교 대상인데요. 치아는 지문처럼 사람마다 천차만별인데다 신체 장기 중 가장 견고하고 안정적이어서 죽은 뒤에도 변형이 거의 없기 때문에 치아를 조사해 역추적하면 그 사람이 누군지를 밝혀낼 수 있는데요.

치아의 겉면, 희고 딱딱한 에나멜 질의 마모를 추적해서 연력을 밝힐 수 있고 진료차트의 기록과 변사체의 방사선 사진을 비교해서 신원 확인을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법치의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구강내과학교실 수련을 받으면 법치의학자 자격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 법치의학자의 탄생

처음 법치의학자가 탄생한 것은 1960년대인데요. 국내 1호 법의관인 문국진 고려대 의대 법치 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한강 나루터 사건'의 조사를 맡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딸을 데리러 한강 나루터에 나갔던 엄마가 시체로 발견된 사건인데요.

최초 수사에서 경찰은 사체에 난 이빨 자국을 보고 인근 공사장 성도착자 짓이라고 짐작했으나 문 교수는 변사체의 턱 부분에서 발견된 치흔이 남편의 치아 모양과 일치한 것을 통해 남편이 진범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 해당 사건은 과학수사의 쾌거라며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문 교수를 불러 원하는 것을 말하면 다 해주겠다고 할 정도였는데요. 문 교수는 "대뜸 법치의학자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라며 "그 자리에서 내무부 장관한테 전화를 돌리더니 바로 법치의학자를 만들라고 지시하더라"라고 회상했습니다.

화려한 첫 등장과는 달리...

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화려한 첫 등장과 달리 법치의학은 크게 성장하지 못했는데요. 국내 1호 법치의학자(법의관)가 탄생한 지 약 6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법치의학자는 단 7명에 불과할 만큼 척박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법치의학자에 설명에 따르면 업무 자체의 난이도가 높다고 하는데요. 2007년 국립 과학수사연구원의 법의관으로 입사해 10년 이상 국과수 법치의학실을 지킨 이상섭 법치의학실장은 "드라마, 영화에서 포장이 잘 된 모습만 봐서 좋은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 상당한 학문적, 정서적 수련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공무원이라 편안한 근무 환경에서 일할 거라는 오해를 받지만 현미경을 한 번 볼 때 서너 시간씩 봐야 해 눈이 빨리 피로해지고, 건조해지고 노안이 온다는 고충이 있다고 하는데요. 또한 시체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담력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출처: tvN 유퀴즈온더블럭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도 같은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한 동기들과 비교했을 때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4배 이상 차이 난다고 하는데요. 명예 조기 퇴직 수당도 15년 근무 시 1900만 원 정도로 아주 적은 편에 속한다고 합니다.

범죄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대규모 재난의 시신 식별을 위해서도 법치의학은 필수적인 학문인데요. 직업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업적 사명감과 일에 대한 보람 외에도 더 많은 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